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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칼럼] 한국인들 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 - "재정지출 늘리기위해 조세부담률을 핑게로 증세를 말하다니"
  • 기사등록 2019-05-27 21: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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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계명대 경제학 박사)


극명하게 엇갈린 두 가지 기사가 있다. 하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30분짜리 면담이다. 지난 면담은 롯데 케미칼이 지난 9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31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보은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과의 면담 뒤 트위터를 통해 "롯데가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었다"며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대미 투자로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롯데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미국 조지아 주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등 가전 공장을 건설했다. 모두가 세금감면과 기업투자환경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증세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강조하자 여권 일각에선 재원 확보를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자(부자) 증세(增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선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부담률은 26.9%로 OECD 평균(34.2%)에 못 미치며, OECD 36개국 중 하위권인 32위로 서민이나 중소 자영업자의 반발은 최소화하고,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나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前)자와는 극명하게 반대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조세 부담률이 OECD 평균에 못 미치니 세금을 더 걷어도 된다는 무뇌(無腦) 수준의 단순 수치적 논리는 과연 文정부다운 발상이다. “누울 자리보고 다리를 뻗어라”고 했다. 용적의 한계에 있는 작은 풍선을 몇 배나 더 큰 풍선처럼 만들기 위해 바람을 더 불어야 한다면 그 풍선은 결국 터지고 만다.


조세의 증·감문제는 국가경제의 방향타다. 문 정부의 말 대로라면 역으로 조세부담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오히려 부담률이 작은 나라를 본보기로 세금을 낮추어야 한다는 궤변이 된다. 증세의 필요성을 위해 잣대를 조세부담률에 갖다된 것이다.


작금 최악의 경제난 아래서 정부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한 재원확보 수단으로 조세부담률을 핑계 삼아 대기업 증세에 초점을 맞추다니 이는 마치 정치적 유흥비 마련을 위해 국민(대기업)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정부가 대기업을 적패대상으로 여기는 대목이다.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없는 서민에게 나눠주겠다는 사회주의 소득재분배 논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대기업이나 부자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자리 잡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다. 우리나라 현재 1분기 실업자는 124만5000명으로 20년 만에 최악이다. 30~40대 경제의 노른자위 계층이 대거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투자환경의 조성이나 경제정책의 기조를 변경하기는커녕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을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기업 오너의 탐욕으로 몰아가며 부자 증세와 법인세를 만지작거리다니 멀쩡한 우리경제를 회생 불능한 중환자로 만들고 있다는 국민들의 침까지 퉁기는 아우성이 설득력 있다.


또 부자들은 무슨 죄인가?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은 인종차별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는 잔인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고리대금업자로 묘사되고 있다. 찰스 디킨슨의 중편소설 크리스마스 케롤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도 자린고비 구두쇠로서 인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수전노로 묘사된다. 심지어 거지들도 스크루지에게는 동전 한 닢 구걸하지 않고, 맹인의 안내견 조차 스크루지만 보면 주인을 후미진 길로 인도할 정도로 문학에서도 부자들은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과 부자들이 이 정권이 편하게 일하기 위한 암탉은 아니다. 증세를 위해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의 배를 가를 수는 없다.


살펴보면 서양에서도 중세까지는 부자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서양 속담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보다 힘들다’고 했다.


이러한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원리와 정신이 일대 전환의 계기가 됐다. 베버는 세속적인 직업을 의미하는 calling이라는 말 속에는 神으로부터 주어진 소명이라는 종교적(하나님) 관념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神이 인간에게 준 소명에 따라 열심히 일해 부자로 산다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神으로부터 큰 은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원리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완전히 실패한 정책임이 드러났다. 모든 글로벌 국가들이 기업 규제완화와 감세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고 있는 이때 유독 문재인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다. 문 정부는 싫든 좋든 트럼프를 보고 배워라. 롯데 신동빈 회장이 왜? 백악관으로 들어갔는지를 말이다.


수탈적인 부자증세와 대기업 법인세 증세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다가오는 총선을 위해 선거공학용 경제정책이 눈에 훤하다.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관심이 없는 독재 좌파적 경제폭력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에 대한 실적뿐 아니라 미래 전망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높다.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인심이 악화되고, 여론 악화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고 싶은 유혹이 강한 것이 정치의 생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문 정부는 기업의 잘못을 침소붕대 해 적폐세력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다. 기업의 혁신적 투자환경을 만들어 죽어가는 국가경제를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의 배를 갈라서도 안 된다. 내일의 기약 없는 독재좌파적인 경제정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마루타(생체실험대상)로 삼지 말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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