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찬 기자]
'문학영천' 제16집(2019)이 지난 14일 발간됐다. 책 속에는 연못에 핀 연꽃 같은, 오솔길에 떨어진 낙엽 같은 그리움 가득한 작품들이 소복하게 담겨 있다. 문학영천은 한국문인협회 영천지부(이하 영천문협·지부장 한관식) 회원들이 지난해 펼친 활동과 작품들을 엮어 매년 펴내는 책이다.

영천문협은 문학영천의 공식 출판에 앞서 지난 6일 영천문화원 대강당에서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제16집 출판기념회와 제7회 시낭송회를 개최했다.

한관식 지부장은 발간사를 통해 "계단 오르기에 동참하시겠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문학영천이 제16집에 이르기까지 엘리베이터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자부심은 스스로 품고 있는 은장도와 같다"면서 "막히고 부딪히고 넘어졌을 때도 우리의 통로는 반드시 계단이어야 하고, 우리 안에서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처음처럼'에 충실하고 싶었다"고 소회했다.

이번 문학영천은 안재진 시인의 유고를 특집으로 실었다. 안재진 시인은 2003년 6월 영천문협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특집에는 '별의 노래', '고향집에 가고 싶다' 등 12편의 시와 수필 '내가 바라는 손님'이 게재됐다.

<<고향집에 가고 싶다(안재진) : 이렇게 비 오는 날 꿈길을 걷듯 고향집에 가고 싶다 / 미닫이를 열고 심호흡을 하며 들녘에 젖어있는 5월의 향기를 맡고 싶다 / 파도처럼 출렁이는 유봉산 아랫마을 대숲을 비켜 흐르는 동강포 물소리도 듣고 싶다 / 먼 산 휘돌아 굽은 사잇길을 밟으며 복사꽃보다 환하게 걸어가는 그 사람도 보고 싶다 / 고향집에 가서 이제는 흩어진 사념 그 기억 더듬어 미친 듯 크게 한번 소리 내어 웃고 싶다(시집 '자오천 해오라기' 중에서)>>

문학영천은 이어서 초대작품들을 실었다. 초대작가는 하청호 시인 외 13명이 각자 1편씩을 선보였다. 이들은 주로 경북권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기성 작가들이다.

문학영천의 본문격인 수록작가 부분에는 고원구 시인 외 26명의 영천문협 소속 회원들이 저마다 2~5편의 시를 출품했다.

<<5월의 어느 날(고원구) : 해 맑은 바람이 짙푸른 녹음 벗 삼아 산천을 유혹하고 / 봄 햇살 속으로 스며들어 몸을 불리던 산천의 무수한 꽃들의 향기가 까칠하던 촌로들의 이마에 고드름을 훑어내린다 / 사랑과 인연이란 고개를 넘어 암흑의 굴레를 벗어난 그 향기는 결 고운 대지의 빛으로 마음, 마음에 촉촉하게 내리고 / 남한강 맑은 물에 둥둥 떠가는 한 많은 생 신륵사의 불경 소리는 속세의 시련을 모두 싣고 더 넓은 곳으로, 곳으로>>

또 강준애, 박정 회원이 수필을 냈고, 한관식 회장은 유일하게 소설 '자전거'를 수록했다.

마지막으로 문학영천의 한관식, 허남기, 박은희 세 명의 편집자는 <<볕 잘 드는 어느 날, 동네어귀 당산나무 아래 좌판을 펼쳤습니다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찾아올 나름대로 엄선한 제품을 펼쳐두고 영천문인들이 좌판 곁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 조심스럽게 달걀을 만지듯 차분하고 잔잔한 울림으로 서로의 거리에서 격려해주면서 마르지 않는 욕심을 내려놓고 / 어쩌면 평생 안고 갈 자신의 문학을 좌판 안에 담아 펼쳤을 때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곳곳에 던져지는 등대의 불빛처럼 퍼져나가 누군가에게 길이 되고 누군가에게 숲이 되기를 / 맞잡은 영천인들의 온기는 당신의 감성을 깨우는 혈관으로 펄럭펄럭 살아 숨 쉬는 볕 잘 드는 어느 날의 정오입니다>> 라며 또 한편의 시를 편집후기로 남겼다.

문학영천은 문호를 활짝 열고, 시민들의 글을 모아 문학영천을 꾸민다고 밝혔다. 또 영천문협은 문학에 뜻이 있는 시민들을 등단 여부에 관계없이 신규 회원으로 초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