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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영천 출토 '탐라순력도' 국보 승격 되나▶이형상수고본 중 최초 제주도가 추진 - 영천에 남아있는 나머지 서책들 가치 더 높을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19-12-05 19: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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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라순력도 겉표지

[강병찬 기자]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보물 제652호)가 국보 승격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가 문화재청에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을 신청했다고 지난달 28일 공식 발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 신청을 제주도로부터 받았다”고 확인하고 “접수순서대로 심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 제주도 최고의 지도인 한라장촉

국보 승격 절차는 문화재청에서 전문가 조사를 해서 문화재심의위원회에 회부를 한다. 문화재심의위는 1차 심의를 한 후 한 달간 국보 승격 예고 절차를 밟은 후 별다른 이의가 없으면 2차 심의를 통해 최종 국보로 확정한다. 국보와 보물의 법률적 처우에 관한 차이는 없다. 다만 국보는 ‘보물 중의 보물이며, 국가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상징성이 국민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을 뿐이다.


▲ 공마봉진

탐라순력도가 보물 제652호-6호라는 기존의 분류는 근거가 없다. 보물 제652호의 정식 명칭은 ‘이형상 수고본(李衡祥 手稿本)’이다. 탐라순력도도 그 중의 일책일 뿐이다. 국보 승격 때 보물 전체에 대해 같이 평가를 해야한다고 종래 알려져 있었으나, 문화재청 확인 결과 단독 심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호가 병와(病窩)인 이형상(李衡祥, 1653~1733) 선생은 1677년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한 관료이자 학자였다. 은퇴 이후에는 주로 저술 활동에 집중해 60여종 200여 책에 달하는 저작을 남겼다. 그 중 중요한 필사본 저작만을 추려 보물 652호로 지정됐다. 수고본이라는 뜻은 손으로 직접 쓴 책을 말한다. 탐라순력도 외의 보물 제652호는 선후천(先後天), 악학편고(樂學便考), 악학습령(樂學拾零), 강도지(江都誌), 남환박물지(南宦博物誌), 둔서록(遯筮錄), 복부류목(覆類目), 정안여분(靜安餘墳), 동이산략(東耳刪略)이다.



이형상 수고본은 성리학 분야뿐 아니라 지리학, 역사학, 역학, 예약, 시문 등의 영역을 고루 포괄하고 있어 조선 후기 국학(國學) 연구에 큰 의의를 가지는 사료이다. 아울러 17세기 말 18세기 초 지식인 문사의 학문에 대한 실증적 태도를 보여주는 사료로 평가된다. 현재 경상북도 영천시에 거주하는 후손 이임괄씨가 관리하고 있다.


탐라순력도는 이형상이 1702~1703년 제주 목사로 재직 시 화공 김남길(金南吉)에게 주문해 그린 화첩이다. 화첩은 서문 2면과 그림 41면으로 구성돼 있다. 41면의 화면은 1702년 10월 29일부터 11월 19일까지 21일 동안 실시한 순력(巡歷)과 1702~1703년에 시행된 도내의 행사 장면을 기록했다. 이형상은 제주 목사 겸 제주진 병마 수군 절제사 지위를 제수받아 1702년 3월에 제주에 부임, 1703년 5월 제주를 떠났다. 따라서 화첩은 이형상의 부임 기간인 14개월 동안 제작된 것으로 화공 김남길이 각종 행사에 참여해 주요 지리 정보와 행사 장면을 스케치해 두었다가 후에 화첩을 완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첩의 크기는 가로 36.4㎝ 세로 56.9㎝이다. 전체가 비단으로 제작됐고, 모두 43면의 화려한 채색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어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화면 상단에는 4자의 제목이 적혀 있고 중간에 그림이 있으며 하단에는 물산(物産)과 행사에 대한 설명이 부기돼 있다. 탐라순력도는 영천의 이형상 후손이 보관하고 있던 것을 1998년에 제주시에서 3억원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형상 목사 간찰


탐라순력도는 18세기 초 제주도의 관아(官衙) 건물, 군사 시설, 지형, 목장, 풍물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료이다. 아울러 실증적인 지리 정보와 국가 관방의 군사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제주도 역사, 풍속, 전통 연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탐라순력도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와 사진, 논문, 그림 등이 제작됐다. 완벽한 영인본은 부산광역시가 제주도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는 이형상이 동래부사를 지낸 만큼 그를 재조명하고, 군사적 사료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영인본을 확보했다고 한다.


탐라순력도가 300년간 머물렀던 출토지 영천시에는 영인본도 없을 뿐 아니라 탐라순력도에 대한 흔적은 사라졌다. 이형상 수고본의 관리자인 이임괄씨가 문화재 불법매매를 주장하며 소송을 벌였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영천시는 탐라순력도와 관련해 아무런 행정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형상 선생과 나머지 수고본에 대한 재조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탐라순력도가 제주 최고의 지도, 예술성과 역사성의 겸비로 국보 승격이 추진되는 데 비해 나머지 수고본들이 그 가치 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서적류는 그 희소성과 내용에 따라 미술품 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문화 전문가는 "이형상 수고본만으로도 영천시가 역사박물관을 세워 전시하고, 교육하는 장으로 만들 필요도 충분하다"면서 "영천시가 제주도의 탐라순력도 국보 승격 추진을 보고 뼈저린 반성과 더불어 문화행정의 혁신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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