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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길 들어선 '임난영천성수복기념사업회'▶"내가 아닌 우리라면 인정하겠다"
  • 기사등록 2020-02-08 23: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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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진란 영천성수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수복전은 ‘선조실록’에 한산대첩, 행주대첩과 더불어 3대 쾌승전으로 평가돼 있다. 임란 중 가장 통쾌한 승리다. 지역민들은 영천이 ‘호국의 성지’임을 역사적 사실로 증명하는 획기적 사료로 규정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영천성수복전’이 재조명돼 우리 역사교과서에 실리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지역 문인들 사이에서는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영천성수복전을 승전으로 이끈 ‘창의정용군’에 관한 재조명 사업까지 활발히 벌이며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절차와 과정이 형식적이거나 주변에 불순물이 끼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무리 필요하고 좋은 사업도 개인적인 사심이 발동하고, 이를 이용해 뭔가 존재감을 보여주기를 원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아닌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면서 권력 아닌 권력을 행사하고자 함이면 지금이라도 고려해야 할 때다.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말이다.


이같은 한 가운데 임란영천성수복기념사업회(이사장 정규정, 이하 기념사업회)가 있다. 2019년 1월에 창립됐다. 당초 목적은 영천의 자랑스런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다. 이 얼마나 중요하고 지극히 고마운 일인가! 본지도 이를 위해 지금까지 수 십 차례 기사화하고, 시민들에게도 알리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시민의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는 당초 54명의 이사회와 6인의 자문위원 그리고 이사 중 13명의 집행위원으로 구성돼 화려한 닻을 올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화려함보다 편법이 난무했다. 내가 하겠다며 타 단체의 예산을 편법으로 끌어다 사용했다. 형식은 그 타 단체가 직접 집행한 것으로 꾸몄지만, 이는 시의회를 농락하는 처사다. A단체에 편성된 예산을 동일한 ‘학술대회’이름이라는 이유로 B단체가 끌어다 사용하면, 편법 예산전용이라는 논란이 불붙기 마련이다. 그 배경에는 영천시가 협력한 덕분이다. 알면서도 이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또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단체에 올해 사업비로 5천만원이 이미 편성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사회도 허위 성원보고로 진행됐고, 회의 과정도 정관에 의하지 않은 채, 그것도 이사장이 아닌 집행위원이 위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했다. 한마디로 단체라고 볼 수 없는 동내 반상회 수준도 안 되어 보였다.


영천시가 이런 단체에 쉽게 보조금을 편성해 의회 승인을 받아놓은 자체가 세금이 줄줄 새는 현실을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아마도 시장 측근이 주도적으로 끌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고도 남는 대목이다.


이런 단체라면 일찌감치 해산하고 다시 재구성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이 단체의 사업에 이견은 없다. 필요성이나 시급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단체 부이사장과 사무국장 그리고 간사까지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아도 시원찮을판에 있는 사람마져 떠났다. 주도적인 집행위원이 운영의 절차와 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편법으로 이끄는 모습에 상당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정정을 요구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무거운 중을 떠나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가벼운 중이 떠나는 게 옳은 지 모를 일이다.


2년전에는 市와 시의회의 도움으로 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에 학술조사 용역을 의뢰해 '2018 영천읍성 정비·복원을 위한 정밀지표조사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기념일도 제정됐다. 이 전투는 당시 권응수·정대임·정세아 등 의병장 지휘 아래 하양, 자인, 신령 등지에서 양민 3,650여명이 모여들어 창의정용군(倡義正勇軍)이라는 조직으로 왜병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마침내 영천성을 탈환한 전투다. 이날을 양력으로는 환산하면 9월 2일이 된다. 바로 수복전투의 기념일로 영천시의회가 승인했지만, 아직 기념일 행사는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이 사업의 불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하나 되는 결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장수가 문제가 있는 모양새다. 전투에서도 그 장수의 됨됨이와 원력으로 힘이 결집되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현 기념사업회에는 있는 사람마저 떠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운영하지 못하고, “내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나홀로 주먹구구식으로는 이같은 중요한 단체의 구성은 어렵다. 시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의 주도권을 우지좌지 하려한다는 의혹은 살 필요가 없다. 영천시가 이런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움직임도 이제 고려해야할 시점이다.


영천시의회 제204회 임시회 이튿날 집행부 시정주요보고회 본회의 자리에서 한 의원은 “영천시가 보조금 집행을 좀 더 면밀히 살펴서 누수가 없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시민의 혈세를 허투로 쓰지 말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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