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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섭 칼럼] 고향 말씨(3)박선섭 전 포은초 교장▶우리 거랑 살립시더
  • 기사등록 2020-03-26 21: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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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섭 전 포은초 교장


제목 : 우리 거랑 살립시더


내용 요약 :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남매와 어머니 간의 일상생활의 대화 속에 환경오염의 상황과 연계한 환경보호의 실천방안을 실감나게 다지는 글.


동생 : 누부야, 올 날세 참말로 조채, 우리 심심한데 뭐하꼬?
▶누나 : 니이 디기 심심한 가배. 그라머 우리 고딩이 조로 가까?
동생 : 조치, 요 앞에 가차븐데 있는 황새거랑에 가볼래? 황새거랑은 할베들이 알라 때는 목이 말라 물이 무꼬 저부면 맹물도 그냥 무도 갠찬토록 디기 말겠다 카더라.
▶누나 : 하머, 그거 뿌이가? 아부지는 우리 마꿈해실 때 뺄가벗고 못도 깜았다 안카드나? 그라고 고딩이와 까제도 천지빼까리였다 카더라. 우리 퍼뜩 가보제이.
동생 : 건데 빙걸로 갈끼가? 고딩이 조오가 어디다 담아 올라꼬?
▶누나 : 글타 그자. 그라머 니는 디앙간에 가가 쪼매는 대소구리 가주고 온나. 핵교서 우리 선샘이 어디 갈찍에는 '출필곡 반필민'해야 된다 카시더라. 나는 엄메한테 가가 허락 맞고 오꾸마.
(엄메요, 엄메요 하며 남매는 사라진다)


엄마 : 와, 니거 엄메 숨 안넘어 간데이.(목메인 소리로)
▶누나 : 엄메요, 어딨능교?(나타나며)
엄마 : 여 있데이, 와 이케샀노. 말라꼬 찾노?(바지춤을 끌어올리면서 걸어나오며)
▶누나 : 어데서 머 했능교?
엄마 : 통시에서 잉이 안 했나. 아직 뭇은 거 모지리 나왔뿌데이, 아까버 죽겠데이.
▶누나 : 그라머 어짜는기요. 지가 약져가 오끼요?
엄마 : 마아 나다라. 돈도 없꼬, 쪼메 시먼 갠찬겠지머. 그거는 그렇고 '국이'는 어디 갔노?
▶누나 : 디앙깐에 대소구리 가주로 안 갔능교.
엄마 : (놀란 표정으로) 대소구리는 와?
▶누나 : 고딩이 조오로 갈라꼬요. 국이하고 황새거랑에 가가 고딩이 마이 조오끼이요. 저녁 땁에 국끼리 무시더.
엄마 : 야야, 니이 인자 머라꼬 시부렁거렸노? 요새 고딩이 어디 있는강? 옛날 말이제. 그냥 마시도 갠찬튼 황새거랑물도 통시물같이 더러버져가 고딩이 없다 카더레이. 디삐알에 가가 꿀밤이나 조오온나 묵이나 해묵자.
▶누나 : 엄메요, 꿀밤은 냉제 조 오끼이요. 고딩이 조오로 보내주소.
엄마 : 그가시나 참, 뻐꾸머리는? 지가부지를 닮아도 디기 닮았데이. 그마이 가고저부머 재바리게 가가 마이 조 온나.
▶누나 : 알았니더. 번개거치 가가 억시기 마이 조 오끼이요. 국아, 니이 앙이 머하노? 얼럭 온네이.


동생 : (소구리를 들고 나오면서) 누부야, 가치 안갈끼가? (달려서 따라가며) 엄메요, 지도 갔다 오끼이요.
(어머니도 사라지고 난 후)
▶누나 : 야! 다 왔데이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실룩거리며) 건데 여 와 이레 더럽노? 이상한 냄이가 난다 그제이. 니는 아무 냄이도 안나나? 이거바라. 온 데 다 씨레기 뿌이데이. 사람들도 히안하데이. 와 모지리 묵고는 여다가 내삐렀는지 모르겠데이. 국아, 우리 쓰레기부터 좃자.
동생 : 그라자. (쓰레기를 줍다가) 누부야, 이카다가 해 빠지겠데이. 퍼뜩 고딩이부터 좃자.
▶누나 : 니이 먼저 드가가 조꼬 있거래이. 나는 쪼매마 더 있다가 드가꾸마.
동생 : (바지가랭이를 걷고 물에 들어가며)누부야, 빨리 들어온나. 그런데 이상한 냄이가 마이 난데이
▶누나 : 고딩이 마이 있나?
동생 : 디기 마이 있실 줄 알았디마는 한 개도 없데이. 고딩이는 안 비고 비니루 쪼까리, 라맨 봉다리 껍디기, 농약빙이, 유라쪼가리 같은 씨레기 뿌이고, 돌삐에도 시커먼 이끼가 디기 마이 끼이가 디기 더럽데이.
동생 : (놀란 표정으로) 아야! 따가래이. 이거 머꼬?
▶누나 : 니이 와 카노? 니이 어데 다칫나?
동생 : 빙이 쪼가리에 찔린 거 같데이.
▶누나 : 우짜다가 그랬노? 퍼뜩 물가로 나온나.
동생 : (절룩거리며 나가면서) 아퍼 죽겠데이. (아파서 우는 시늉을 한다)
▶누나 : 한분 보제이. 마이는 아이 찔린기 다행이데이. 집에 퍼뜩 가가 아까징끼 바리먼 덴데이. 울지 말고 참거레이. 니이가 알라가?
동생 : 누부야, 재수 디기 없다 그자. 우리 마아 집에 가제이.
▶누나 : 그라자. (주운 쓰레기를 소쿠리에 담아 들고 동생을 부축한다)
동생 : 누부야, 엄메 말이 맞다 그자. 거랑 바닥에 씨레기가 천지빼까린데 고딩이가 우째 살겠노. 우리 선샘 말로는 고딩이는 깨꿈한 물에만 산다 카시던데. 이제 황새거랑도 디기 더러버진기라.
▶누나 : 이카다가 우리가 묵는 물도 마카 다 소지랑물 되겠데이.
동생 : (집으로 돌아와서)엄메요, 갔다 왔니더.


엄마 : 그래, 니거 와 벌씨로 오노?
▶누나 : 엄메 말이 맞드마. 고딩이는 눈 딱고 바도 없고 씨레기만 한거 조오가 한무데기 모다 놓고 왔니더.
(동생은 누나가 얘기할 때 절뚝거린다)
엄마 : 내 머라 카드노, 없다 안 카더나? 그런데 국이 니는 와 절뚝거리노?
▶누나 : 고딩이 좃다가 빙 쪼가리에 발바데기를 쪼매 비킷니더.
엄마 : 아이고 그래가 우야노. 어디 한분 보재이.
동생 : 엄메요, 갠찬니더. 쪼메 따갑기만 하구마.
▶누나 : 엄메, 우리 마실은 오염이라 카는 거 모리고 살 줄 알았디마는 인자 거랑이 디기 더럽드마. 고딩이는 인자 보기 힘들끼니더.
동생 : 고딩이도 목심이 있는 생물인데 물이 더러버 자빠진데서 우예살끼고? 이카다가는 사람들도 못살고 죽을끼라. 엄메요, 지 말이 안 맞능교?
엄마 : 너거들 올 조은거 알았데이. 니거들도 황새거랑에서 봤는거 맨치로 씨레기 아무데나 내삐맀제?
동생 : (머리를 긁적이며) 인자는 앙 그라끼요. 전에는 꽈자 사묵고 껍디기를 내삘데가 없어 아무데나 함부로 내삔 적이 있었지만......
▶누나 : 요새는 늘 못시는 씨레기캉, 다시 실수 있는 것캉 따로 갈래가 잘 치우고 있구마. 그리고 아무데서나 눈에 비는대로 잘 조가 치우니더.
동생 : 누부야 말이 참말이구마!
엄마 : 거짓부렁하먼 안 된데이.
동생, ▶누나 : (함께 큰 소리로 자신있게) 우리가 잘 살아 갈라꼬 카는긴데 거짓부렁하다가 우짤라꼬요?
엄마 : 그케, 그케, 내 강생이들 참말로 똑똑하데이.
다함께 : (힘찬 목소리로) 빙 아이 걸리고 잘 살라 카머는 우리 마실, 우리 거랑 깨꿈하게 맨듭시더. 저거는 고마 물러 갈라 카는구마. 끝까지 들어조가 고맙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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