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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2)] 박선섭 전 포은초 교장▶성공의 디딤돌=애써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_'기아(굶주림)'
  • 기사등록 2020-05-12 18: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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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섭 전 포은초 교장


책명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 장 지글러(Jean Ziegler) 저,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2007.



현재 세계 곳곳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퍼져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기아 실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5억 5천만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시아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이 어마어마한 아시아의 기아 인구 중에는 우리나라와 한 핏줄인 북한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아직도 주변의 기아(굶주림) 문제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번역자가 ‘기아’라는 단어보다 ‘굶주림’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도 굶주리는 사람들과 우리의 일상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실정을 잘 알고 있기에 선택한 단어라고 생각된다.


기아란 개발도상국이라는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다. 잘 먹고 잘 사는 나라, 즉 ‘선진국’에서도 기아는 빈번히 발생한다. 유럽이나 러시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국가경쟁력, 군사력으로도 상위권인 두 나라이지만, 과거의 정치적 폐해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기아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지은이 장 저글러는 ‘전쟁과 테러, 서구의 강압적인 식민지배 역사, 선진국들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한 잘못된 정책, 사막화나 온난화와 같은 환경재앙’ 등의 요인으로 기아가 발생한다.


그럼 지금의 식량으로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 전 세계 인구를 통틀어 계산했을 때,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식량으로도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세계 곳곳에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을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라는 ‘자연도태’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기아라는 것이 존재해야 바로 지구의 과잉인구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기아를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는 시선이다. 여기에는 바로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가난하고 기아에 허덕이며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내버려 두고, 잘 사는 사람은 잘살면 된다.” 라는 이른바 ‘맬서스 이론’이 퍼져 나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기아 현상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지고,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지은이 장 저글러는 기아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기아라는 것이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나눌 수 있다. 경제적 기아는 갑작스런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를 말한다. 허리케인, 가뭄 등 기타 자연재해 현상으로 피해를 입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기아를 겪게될 경우에는 정부나 국제적인 도움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조적 기아의 경우는, 그 나라를 지배하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그 나라 국민 전체가 굶어 죽게 되는 상황에 도달한다.


이러한 현실을 알게 되면 당연히 발생하는 의문이 있다. 선진국이나 UN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을 조금씩이라도 도와준다면,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안타깝게도 ‘아니오’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변명거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은 쉬워도 실천하는 것은 여러 가지 방해 요소로 인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앞서 얘기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전쟁과 테러, 사막화나 온난화와 같은 수많은 원인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된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위해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말뿐인 ‘탁상공론’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해결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욱 효율적인 인도적 지원, 부패한 구조에 대한 개혁, 임기응변적 해결방식이 아닌 근본적인 핵심 찾기, 세계 여론 형성을 통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정비 지원 등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해결 방안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폐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절대 자본주의의 자율성으로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냥 자율적으로 처리되도록 방관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오히려 기아 현상을 더 극대화시키는 촉진제로 작용할 뿐이다. 부자는 자신이 가진 원래의 부를 이용하여 계속해서 부를 축적하고,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다. 즉, 이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상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력 및 개혁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교육의 필요와 목적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수많은 의견이 있지만, 결국 교육의 필요와 목적은 사회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현재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결국 앞으로 우리 사회를 책임질 아이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므로 그들을 준비시켜야 하는 책임이 우리 교육자들에게 있다. 현재 당면한 사회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기아 문제는 우리의 관심이 없다면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기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를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으로 옮겨간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은 120억 인구가 먹고 살 만큼 충분한데, 왜 하루에 어린이 10만 명 중, 5초당 한 명의 어린이가 이 세상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현 사회가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기아 문제 해결에 보다 인간 중심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다.


끝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을 합리화하고 모르는 척 넘어가는 우리들에 의해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굶주림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고, 잊혀져서도 안되는, 이 시대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하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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