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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탄력적 근로시간제 어떻게 볼 것인가!
  • 기사등록 2019-03-05 1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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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소득주도성장’ 연재에 이어 이번에는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주요이슈를 집중 분석한다. 정부의 노동 및 경제정책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학에 저명한 계명대학교 박노광 경제학박사가 강의식으로 여러분을 돕는다. [박노광 경제수업]이 여러분의 경제상식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박노광 경제수업]
콜린 하긴스 감독, 제인 폰다와 돌리 파튼 등이 출연한 1980년대 고전코미디 ‘나인 투 파이브’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은 극단적인 성차별주의자인 직장 상사에게 3명의 직장 여성들이 벌이는 사랑의 복수극으로 유쾌한 풍자가 빛나는 페미니스트 코미디 영화다. 당시 직장에서 공정한 대우 받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인 ‘나인 투 파이브’는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산업화 사회의 직장 모습을 그린다.


노동시장이나 직장 문화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한 이후 노동시장에서 소득주도성장 핵심 정책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다, 직장문화로는 갑질 논쟁과 미투 문제가 사회적 핫이슈였다. 그런 측면에서 ‘나인 투 파이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19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것에 합의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은 최대 6개월로 하되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일 사이에 휴식권 보장을 위해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했다. 6개월 동안 주당 52시간 근무 원칙을 준수하면 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기준이 정해진 것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을 비롯한 노동법률단체들은 지난 25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합의를 전면 부정하고 나섰으며, 3월 6일 총파업을 앞둔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6개월 연장은 주52시간 노동의 철폐”라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노사정 합의를 규탄하고, 절차상 문제를 들어 반대를 천명했다.


반면 경영계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단위 기간이 3개월을 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하는데, 대규모 강성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선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 완화를 주장했지만, 이번 합의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이다.


어렵게 도출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갖는 불만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제를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한 탄력근로제는 노동시장의 안전성을 우선으로 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과 분리해서는 안된다. 먼저 탄력근로제는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일정기간의 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연장, 휴일근로)으로 맞추는 제도다. 만약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업무량이 많은 첫째 주는 60시간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그 다음 주에는 44시간 일해 2주간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 한도인 주당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면 기업은 이에 따른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탄력근로제에 따르면 전체 법정 근로시간만 넘지 않으면 특정 기간에 근로시간을 늘려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다.


그동안 경영계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시장 변동이나 수주 경쟁, 기술 개발과 계절적 수요 등 기업의 내·외부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와 임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금 감소분에 대한 보전으로 포괄임금제의 개선을 요구했다.


그동안 사회 인식은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인 ‘을’이고, 기업은 강자인 ‘갑’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보다는 안전성에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필연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을 수반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덴마크, 네덜란드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나친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다양하고 유연한 근로계약을 통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업보험을 통해 실직된 근로자의 소득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노동시장의 안전성을 강조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한 탄력근로제는 각각 독립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상호 보완하는 것이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



약력-
-계명대학교(대학원)경제학 박사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계명대/대구교육대 외래교수
-(사)한국관광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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