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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 드리워진 국가 폭력과 언론의 추악한 그림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죽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 기사등록 2019-04-12 20: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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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소득주도성장’ 연재에 이어 계속해서 정부 경제정책과 지역경제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게제 합니다. 경제학에 저명한 박노광 경제학박사(계명대학교)의 ‘경제수업’이 정부의 노동 및 경제정책을 이해하고 지역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뱅 정책실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죽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유럽의 기업들은 사회적 공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은 사회적 기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사회적 기여부분역시 결코 작지 않다. 또 국가 경제나 민간부문 외교 역할 또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동안 조양호 전회장이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했는지를 점검해 보면 언론의 보도와 법집행이 온당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기업(企業)은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경제 주체다. 이윤 추구와 관련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강요하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 캐롤(A.B. Carroll)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윤리적 책임, 법적인 책임, 자선적 책임, 경제적 책임으로 구분했다.


윤리적 책임은 기업이 사회적 규범에 부합하게 활동하는 것이며, 법적 책임은 법률 준수 및 법률의 범위 내에서 기업 활동을 의미한다. 자선적 책임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 전체의 복리증진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고 경제적 책임은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를 고용하여 임금을 지급하며, 국가에는 법인세를 납부하고, 주주에게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업은 경제적 책임만으로도 국민들과 국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인으로서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선친에 이어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과 27대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2003년 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 등으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최신형 항공기인 A380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조 회장의 선제적 투자로 2006년 세계 항공시장이 반등하자, 글로벌 항공 수요를 흡수하면서 대한항공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92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장 취임 당시 77대이던 항공기는 현재 166대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취항 노선은 20개국 52개 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확대됐다.


또한 조 회장은 폭넓은 인맥으로 민간 외교관으로도 활약했다. 그는 1996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4년부터 IATA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을 맡아 국제항공업계에서 한국의 국적항공사 이해를 대변했다. 특히 2009년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45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며 구축한 항공사 인맥과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회장과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등을 지내며 쌓은 인맥도 십분 활용하여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유치에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윤리적인 문제가 조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 지난해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기업 정서에 불을 당겼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경찰·검찰·국세청·관세청 등 11개 정부 기관의 조사와 수사가 이어졌으며,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압수 수색은 18회, 총수 일가는 14차례 포토라인에 섰다. 올 3월에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했다.


기업가 조양호의 삶을 살펴보면 기업 경영을 통해 경제적 책임과 사회적 공헌에는 성공했지만, 가족 관리 잘못으로 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조 회장은 언론에 등장하여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잘못을 반기업정서라는 이름으로 법적으로 책임을 지워 포토라인에 서게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나는 보았다. 한 기업가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드리워진 국가 폭력과 언론의 음습한 어두운 그림자를. . .


약력-
-계명대학교(대학원)경제학 박사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계명대/대구교육대 외래교수
-(사)한국관광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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