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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섭 칼럼] 고향 말씨(2)▶야-야, 장 보러 가제이,저거는 ‘탕꼬방’이라 카는
  • 기사등록 2020-03-12 21:14:05
  • 수정 2020-03-30 1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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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섭 전 포은초 교장


제목 : 야-야, 장 보러 가제이


내용 요약 : 1960년대를 배경으로 지역 경상도 모자간 대화에서 전통시장인 영천장의 이모저모를 얘기하며 그 시대의 생활상을 현장감 있게 엮어나간다.



엄마 : 민애! 니 머하노? 올-장인데 안따라 갈끼가?
--아들 : 어무이요, 올-은 지도 데불꼬 갈라 카능교?
엄마 : 그라머, 인자 며칠 안 있시머 팔월인데 지삿상도 바야하고, 니 깜동 고무신도 사야 안되나?
--아들 : 야- 좋테이. 어무이요, 쪼매마 기다리이소. 내 퍼뜩 디깐 갔다 오끼요.
엄마 : 그랐구마. 퍼뜩 갔다 오너래이.야-가 와이래 꾸물데노.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가는 말도 영천장’카는 말도 있지마는 그래도 요새는 안 그렇테이. 새빠지게 가야 흘코 좋은 물건 살수 있다카이. 이 놈의 자슥 안나오고 머하고 자빠졌노? 통시에 빠졌는기가?
--아들 : 바뿌다카이 와 오짐도 퍼뜩 안 나오노. 어무이요, 저-게 빠스 오니더. 우리 빠스 타고 안 갈랑교?
엄마 : 야-가 머라꼬 시부렁거리고 있노. 자빠지라머 코데는 데 머할라꼬 빠스 타고 갈끼고, 돈이 썩어 뭉그러졌나(자빠졌나)?
--아들 : 시상에 울-어무이만치 짠 쪼구는 업실끼라.
엄마 : 이놈아야, 누가 핀한 거 모리는 바보 등신-줄 아나? 이 어마이가 짠 쪼구짓을 하는 것도 다 니 때무네 카는거 아이가! 이전부터 천석꾼 재물도 애끼지 아하머 시나블 시나블 업서진다고 안카드나?
--아들 : 알았구마. 근데 저기 비는 디게 큰 방굿돌이 무신 방군교?
엄마 : 니는 아이 저기 무신 방군지 모린다 말이가?
--아들 : 어무이는 참, 지가 우예 아능교?
엄마 : 핵교 댕기는 학상이라카느기 하라카는 공부는 아-하고 맨날천날 만화책만 들바다 보고 있시까네 그거도 모리제? 저거는 ‘탕꼬방’이라 카는 긴데 영천사람이라 카머 모리머 안되는기다. 해끝으로 전해오는 탕꼬방 이바구는 디기 재미있실끼다.
--아들 : 그래 재밌시머 인지 해주소.
엄마 : 민애이, 인자 내사 다 이자뿟다. 너거 할매는 모리는 이바구가 업신까네 냉제 할매한테 해돌라 캐레이.
--아들 : 알았니더. 하머-, 올- 자아 가서 머머 살라 카능교?
엄마 : 살끼 한 구가지래야 세-보제. 방맹이와 홍디깨를 사야하고, 수끼쌀도 팔고, 삐가리도 민마리 사고, 너거 아부지 다불땡이도 사야제. 큰집에 갖다줄 지삿거리는 어디 한 두가지까 되나? 이거 한바라. 자끼장에 까마케 안 적히있나?
--아들 : 어! 내꺼는 와 업능교?
엄마 : 애고, 참말로 그렇네. 크-일 날뿐했데이. 니 팔월 치장도 해야제. 정지 바짜리도 다 딸가뿌던데, 야-야, 이 어마이 정신 없데이.
--아들 : 그라머, 그거 다 사갔고 우째 가주고 올라 카능교?
엄마 : 그래서 니도 안 데불꼬 왔나.
--아들 : 그라머 그렇체. 어무이요, 우리 영천장 맨치러 크-은 장이 또 있능교?
엄마 : 이전애사 크은 장이 많았지만, 요새사 영천장보다 크은 장이 발로 업실끼라. 디기 먼데서 우리 영천자아 왔다가 해빠질라 카머 ‘갑티재, 시티재, 노구재, 땅고개’ 카는 억수로 험한 고개만디를 넘다가 화적떼한테 욕본 장꾼들이 얼매나 많았는지 요새 사람들은 잘 모를끼다.
--아들 : 그라머, ‘영천장 콩팔러 간다’카는 거는 우리 영천장이 킁께 생긴 말인교?
엄마 : 그라머, 크고 말고제. '니- 영천장 기발조디 사이소!'카는 말 들어봤나?

--아들 : 야, 기발조디라 카는 거는 시-발 달린 가마솥 아잉교? 그기- 옛날에는 영천장 맹물이라꼬 우리 선상님이 카드마.
엄마 : 고놈 누우 집 아들인지 똑똑하데이-.
--아들 : 어무이요, 똑똑한 아들 배고파 죽겠니더. 짜장면 한사바리 사주이소.
엄마 : 야가 뱃속에 걸배이 들안잤나? 하머- 무신 배가 고푸노? 쫌있다 밀가리 국시나 한사바리(양핑이) 사주꾸마.
--아들 : 어무이는? 국시가 먼-교? 괴기국밥은 몬 무도 짜장면은 무야제.
엄마 : 이놈의 자슥! 짜장면? 씰데없는 소리말고 국시로 입수부리나 축이고 가제이.
--아들 : 지는 안묵꼬 그냥 갈끼구마!
엄마 : 이놈의 머슴아, 뻑구머리는!
그나저나 날새가 와 이카노. 비오머 크-일이제. 멍시기에 꼬치 늘어논 거 하고 서답줄에 서대비는 우야노. 옆집 새댁이한테 부탁은 해놓고 왔구마는......
민애이, 짜장면 사주꾸마. 재바리게 퍼뜩퍼뜩 가제이.
--아들 : 그랐시더. 그라머 암만 바뿌다케도 어른들게 인사는 하고 가야 안되능교?
엄마 : 니말이 맞데이-. 인사는 올리고 가야제.
함께 : 끝까지 들어주시갖꼬 고맙니더, 우리 고향 영천에 한분-놀로오시소.
인자-지들은 물러가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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