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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가짜 펜을 든 사람들▶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 "영천에도 ‘기레기’가 있습니까?"▶"네! 제가 '기레기' 입니다" 2019-12-14 01:05:09
장지수 kosron@naver.com


▲ 본지 장지수 발행인 겸 기자


무관의 제왕(無冠의 帝王)이라는 말은 왕관(王冠)이 없는 임금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언론인’을 지칭하는 말로 지극히 긍정적인 의미로 탄생된 언어다. 관을 쓰지 않고도 명망있는 리더나 영향권에 이른 사람들, 즉 관에서 비켜있는 사람들이 지역이나 국가를 위해 권력에 비견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관의 제왕’은 기자를 뜻한다. 기자란 권력과 돈에 물들지 않고 팩트(사실) 뒤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자다.


그러나 작금의 사정은 다르다. 모두가 그러하지 않지만 아예 언론(기자)이 사회 악으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횡포를 부리거나 ‘갑’질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고슴도치 같은 존재다. 한마디로 일반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어쩌다 기자(記者)들이 쓰레기와 유사한 ‘기레기’가 되었을까? <기레기= 기자 + 쓰레기> 작금 저널리즘의 현실 수준을 엿보는 대목이다.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작금 기자의 실상이 전국에 고스란히 방영됐다. 기자로서의 전문성은 온데간데없다. 오직 공갈과 협박성으로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한 모양 그대로다.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의 질문에 오히려 더 당당하다. "요즘 기자가 다 그렇지 않느냐"는 식의 반문에 시청자들은 뻔뻔한 기자의 극치를 보았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실험도 했다. 일 백 여만원만 지불하면 주방장이 의학박사로 둔갑해 돈을 지불한지 단 16분 만에 포털사이트 첫 칸에 올랐다. 6건에 120만 원, 15건에 270만 원 등 기사가 상품처럼 팔려나갔다. 그것도 팩트체크가 전혀 되지 않은 가짜 기사다. 기자가 200여명이라는 한 일간지 대표는 자신만만하게 "글쓰는 기자는 단 5명도 되지 않는다"는 답변도 가관이다.


기관이나 자치단체의 보도자료를 받아 언론사에 제공해주는 전문 업종도 생겨났다. 한 사람이 인터넷신문 수 십 개를 관리하는 오퍼레이터도 생겨났다. 알고 보니 영천의 쓰레기 대란도 한 환경기자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여기서도 기자는 만료된 기자증으로 폐기물을 옮겨주는 브로커 역할을 맡았다. 빈 공장을 임차해 두 달 만에 대량의 폐기물 산만 남겨놓고 떠났다. 공장에 쌓인 폐기물은 약 7천 톤으로 처리 비용만 18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사이비 기자, 유사언론, 어뷰징 기사 등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언론 실태를 추적해 만 천하에 고발했다. 해당 TV를 시청하는 내내 기자라는 신분으로는 얼굴이 절로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기자가 이같은 방송을 시청하고도 부끄럼이 없다면 바로 그가 ’기레기‘다.


아는 지인이 이 방송을 시청하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영천에는 이같은 ‘기레기’가 없느냐”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이렇다 “제가 ‘기레기’입니다”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든가, 방송 이튼 날 한 광고 안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해당 광고는 이미 지역 한 주간지에 게제 됐고 본지(영천신문 290호▶클릭=신문pdf 바로가기) 현재 1면에 실린 광고다. 지역 옥외광고협회 회원들이 광고로 영천시에 항의한 내용이다.


제목부터 가관이다. 「기자? 인쇄업자? 현수막업자? 광고업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하소연이다. 광고주인 협회는 시장을 향해 “시장님! 기자와 공무원이 결탁했단 말입니까?”에 항의하고자 하는 무게 방점이 실렸다. 취재결과 “기자가 광고업자를 이용해 시청 간부를 등에 업고 광고물이나 현수막 등의 일감을 받아내 이익을 취하는 횡포를 부려 자신들의 밥그릇(지역 광고업체 회원)이 깨졌다”는 것으로 참다 참다 못해 터뜨린 것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자가 이렇게 된 데는 지자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우선 일차적인 책임은 기자 자신에게 있겠지만 언론사 스스로가 자본의 노예가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기자 가족이나 차명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자체가 기자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고, 지자체는 우호적인 기자에게 당연히 먹이 양을 더 많이 던져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어떤 때에는 공공사업(행사)을 빙자해 시민의 혈세를 광고비나 사업비로 뜯어내지만, 공무원과 의회 그리고 기자가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이다. 시민들만 모른다. 한마디로 시민 몰래 세금 도둑질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언론은 따지고 보면 무관의 제왕으로 사실상 이슬을 먹고사는 집단이다. 현실이 따르지 못한다면 적어도 먹고 사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같은 현실 언론이 결국 나라를 망친다고 여겼기에 그 경각심을 일깨운 용기 있는 보도다. 기자인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대한민국 모든 기자와 언론은 이번 SBS의 추적보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 역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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